♬미국에서 만들어 먹는 추억의 배추전♬
미국에서 만들어 먹는
추억의 배추전
2023.1.24(화)
미국에서 만들어 먹는
추억의 배추전
호프만
비가 오면 생각나는 추억의 배차전,
눈이 오면 생각나는 엄마 배차전!
배고프던 시절 먹던 소박한 음식!
장작불 솥뚜껑 엎어 놓고서
무 끝에 들기름 살짝 두르고
잘 익은 노오란 배추 몇 잎에
밀가루반죽 주르륵 살짝 입혀서
노릇노릇 익혀 만든 맛난 배차적
왁자지껄 신바람나는 동네 잔칫날,
엄마가 건네주던 배추전 한 장,
손으로 쭈욱 찢어 입에 넣으면
간장 맛도 찌짐 맛도 꿀맛이었네ㆍ
거기다가 막걸리 한 잔 곁들이면은
~카 아 ~
세상에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네!
부드럽고 고소하고 달달한 그 맛,
흘러흘러 세월가도 잊을 수 없네 !
오늘따라 엄마생각 배추전 생각!
*배차전, 배차적은 배추전의 경상도 사투리.
찌짐은 전의 경상도 사투리.
여기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 옆 애리조나 주 이다.
나는 지금 애리조나 주도인 피닉스에서 승용차로 남쪽 방향으로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신도시, 챈들러에 머무르며 체험한 이야기들을 블로그 포스팅하고 있다. 오늘 저녁에는 아들 내외가 특별히 나를 위해서 배추전을 부쳐 주었다. 미국에 온지 두달이 지나서 여러가지 많은 음식 체험을 하였지만, 오늘은 특별한 기분이 든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까지 내가 먹어본 중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손꼽으라고 하면 단연 이 배추전을 든다. 내겐 추억의 음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칠형제다. 어릴 적에 어머니께서 음식을 마련하면 상당히 많은 양, 국수를 끓이면 한 솥을, 보리밥을 안쳐도 한 솥을 안쳐야 형제들이 어느 정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손칼국수를 밀대로 쓱쓱 밀어서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넣고 거기다가 호박 파 등 야채를 잔뜩 넣어서 한 솥을 끓여 놓으면 형제들이 모여 앉아 순식간에 한 솥을 다 해치웠다.
배가 고프기 때문이었다. 여름에는 학교 갔다와서 꼴 배고, 겨울에는 산에 나무 하러 다니고, 또 저녁에는 별 오락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나이가 비슷비슷한 우리 형제들 위로 네명은 외갓 집에 모과 따러 갔다가 외할머니에게 걸려서 혼줄나게 도망다니기도 하고, 쉴새없이 공부하고, 일하고, 놀러 다니고 하였기 때문에 밥 먹을 때가 되면 모두가 배가 고팠다. 먹어도 먹어도 돌아서면 배가 고팠다....
그렇게 먹었던 음식 중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배추전이었다. 배추전은 텃밭에서 배추를 바로 뽑아서 밀가루 반죽하고 솥뚜껑 걸어 놓고 들기름 치고 만들어 먹으니 가장 쉬우면서도 양을 충족시켜주기에 적당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 잔칫날에도, 제삿날에도 배추전은 꼭 빠지지 않았다.
그런 날에 동네 아줌마들이 둘러 앉아 솥뚜껑 걸어놓고 배추전 부치며 떠드는 풍경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아름다운 풍경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형제들 중에서도 유난히 이 배추전을 잘 먹었다. 칼국수는 뜨거워서 빨리 못 먹으니 성질이 나서 울기도 하고 어머니한테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그게 어디 통할까. 형제자매가 일곱이나 되니, 누구 한 사람을 돌볼 틈이 있겠는가!!
어머니 아버지는 농삿일로 하루 종일 고된 삶인데 아이들 칠남매를 돌보는 것은 건성건성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형이 동생을 돌보고, 동생이 또 동생을 돌보고...아니면 이웃집 누나, 이모, 고모들이 잠시 봐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자라났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자기 스스로 자기 먹을 것은 챙겨먹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면 배가 고픈 데 어찌할 건가!!
배추전을 유난히 좋아했던 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한 두 판은 그냥 해치웠다. 아예 밥은 먹지도 않고 이것만 먹었다. 물기를 머금은 밍밍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배추의 상큼한 맛과 노르스름하게 익혀진 밀가루 반죽이 만들어 내는 합작품은 과히 예술이었다!!
어릴적 이런 취향이 이어져서 우리 어머니는 객지에서 공부하다가 돌아오거가 군대에서 휴가 오거나 내가 집에 돌아오면 배추전을 꼭 부쳐 주셨다. 공부 잘 하는 아들이 대견스러웠던 것일까! 어머니 말을 잘 듣는 아들이 대견스러웠던 것일까....
그래서 이 음식, 배추전은 내 평생의 음식이 되었으며, 우리 어머니의 사랑 그 자체가 되었다.
기억이 희미해져서 누워계신 우리 어머니는 지금 아들 기억이 조금이라도 있으신 걸까, 아주 없는 것일까, 조금이라도 기억이 있으시다면 꿈속에서라도 배추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배추전 부쳐주는 꿈이라도 꾸시는 걸까....돌아가시기 전 오히려 내가 어머니께 배추전 한 판이라도 부쳐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아~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까....인생무상이로다!!
배추전을 먹을 때는 간장이 맛있어야 한다....조선간장에 참기름, 파 썰어 넣고 살짝 찍어 먹으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누가 책임질까....^^
곁들여 먹은 돼지고기 수육
콩밥....배추전 수육과 잘 어울리네....콩이 이렇게 맛나던가!
달달한 귤
와우 상큼해라~
설날에 만든 식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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